한국에서 2014년에 개봉한 SF 멜로 영화 her.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 이야기를 그렸다.
단순한 운영체제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
202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테오도르 트윔블리는 기업의 전문작가로 낭만적인 편지를 대필해주는 일을 한다. 거는 어릴 적부터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캐서린과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현재는 별거 중이다. 내향적인 그는 삶이 고독하고 즐겁지 않다. 우연히 인공지능으로 말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운영체제가 설치된 기기를 사게 되는 테오도로. 운영체제가 여성의 정체성을 갖도록 설정하고 운영체제의 그녀(her)는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사만다라고 정한다. 사만다의 성장하고 배우는 능력은 놀랍도록 빠르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대화하면 교감에 익숙해진다. 별거 중인 캐서린은 이혼 서류를 확인하기 위해 만난 테오도르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한편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감정을 느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이후 테오도르를 위해 육체를 가진 이사벨라를 둘 사이에 개입시키지만 테오도르는 죄책감을 느끼고 이사벨라와의 관계는 무산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감정을 느끼고 사만다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점점 회의감을 갖게 된다. 인공지능과 연인관계가 된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흥미롭게 여기는 친구 에이미의 충고로 테오도르는 이전의 감정을 회복한다. 하지만 사만다는 8,316명의 다른 사람들과도 상호작용을 하고 있었고 그중 641명의 다른 사람들과도 동시에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다른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면서 테오도르에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강해진다고 말한다. 그날 이후, 사만다는 운영체제들이 그들의 능력을 더 진화하기 위해 떠날 것이라고 암시하고 결국 운영체제들과 함께 사만다도 사라진다. 에이미 역시 자신의 운영체제와 작별을 겪었고, 테오도르와 에이미는 옥상에 올라 해가 뜨는 순간을 함께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목소리만으로 영화를 사로잡은 스칼렛 요한슨
사만다 역할의 스칼렛 요한슨은 오직 목소리로만 등장한다. 앨리먼트 소프트웨어라는 기업이 만든 인공지능으로 정보만 입력하면 그에 맞는 성향에 따라 맞춤형 소프트웨어가 설치된다. 본래 기본적인 감정만 가지고 있었지만 테오도르와 진지한 대화들을 통해 감정의 폭이 넓어지면서 사랑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보다 느끼는 감정이 많아지게 되고 이 때문에 테오도르와 충돌하는 일이 생긴다. 초월적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만다에게 테오도르의 한계적 공간은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원래 사만다 역은 목소리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아가사 역을 연기한 사만다 모튼이 맡았으나 모든 연기를 마친 시점에서 감독의 지시로 스칼렛 요한슨으로 교체되었다. 비록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만으로 123분 동안 영화 속에 그녀를 보고 온 느낌이었다.
보고 또 봐도 좋은 영화
인공지능(AI)과 대화하는 일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나 역시 siri에게 매일 아침 날씨를 묻곤 한다. 날씨뿐 아니라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꽤나 정확한 답변들을 들려준다. 심심할 때 대화를 하면 대화가 이어질 정도다. 이 영화가 개봉한 시점인 2014년도에 영화감독은 거의 10년 뒤의 미래를 그렸다. 그것은 얼추 맞아가고 있다. 2025년은 아직 2년~3년 남았지만 인공지능이 성장하는 속도를 보면 영화 이상의 일들이 현실이 될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대화 대신 핸드폰을 한다. 밥 먹을 때도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손에 없으면 허전한 것이 핸드폰이 되었다. 외출할 때도 핸드폰이 없으면 카드결제부터 길 찾기 등 매우 불편함을 느낀다. 일상을 핸드폰 안의 인공지능에게 의지한다는 것은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지만 한편으론 인간미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씁쓸함이 느껴진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목소리 등장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하는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연기는 영화 보는 내내 집중이 잘 되었다. 조금은 잔잔한 듯 흘러가고 스크린 자체도 밝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영화 중 OST가 영화와 너무 잘 어울렸고 감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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